Intro. 취준 시작
2015년 취업이 어렵다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때는 내가 당사자였기 때문에 더 크게 체감했다. 회사를 다닌지도 벌써 6년이 되어가는데, 그때와 지금 느끼는 게 많이 달라져서 옛날 얘기를 한 번 써본다.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치고, 남들이 취업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스펙도 다 만들어놨기에 그때의 나는 나의 미래를 한 껏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토익 900점 이상, 인턴, 대외활동, 공모전, 교환학생, 제2외국어 자격증, 기타 필수 자격증, 봉사활동까지 없는 게 없었다. 내가 원하는 직무에 자소서만 쓰면 당연히 면접을 보러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1. 첫번째 취준
2015년 2월쯤부터, 회사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이니 당연히 대기업 공채 공고를 열심히 봤다. 삼성, CJ, 롯데 등등.. 특히 MD,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관련 분야를 집중해서 봤다. 자소서를 열심히 썼다. 주변에서 먼저 취업준비를 한 친구들에게 열심히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학교에서 강의도 듣고, 관련 책도 사보고 자소서 쓰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했다.
그때도 자소서에 스토리를 담아라, 직무역량을 잘 보여줘라 등의 조언을 참고하며 내가 그 동안 했던 활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자소설을 썼다. 인적성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자소서를 더 많이 썼어야 하는건데 인적성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자소서를 100개는 써야 한다고 했는데, 그 당시 나는 너무 자신감이 넘쳐서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곳만 골라 썼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인적성을 보고, 면접도 보러 가긴 했지만 결과는 탈락, 탈락, 탈락!
그래도 첫 번째 시즌에는 '그래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까, 이건 당연한 거다.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취업하겠지'라는 마음으로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 두 번째 시즌
다음 공채 시즌이 돌아왔을 때는 자소서도 보완하고, 더 지원을 많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지원을 많이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일단 내가 원하는 직무는 채용 자체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경쟁이 세거나 경력직만 뽑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그 직무 위주로 썼던 것 같다. 그러니 상황이 더 나아지지도 않았다.
자소서 내용은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지만, 가고 싶지 않은 곳은 자소서도 잘 안 써졌다. 특히 지원동기. 지원동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다들 돈 벌려고, 내 몫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그렇게 회사에 다니는 건데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와 함께하면서, 같은 내용에서 회사이름 바꾸고 직무 바꾸고, 2,000자가 넘는 자소서를 매일 같이 쓰고 또 썼다. 그래도 나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아마 이때쯤 면접을 처음 보러갔던 것 같은데, 면접장에는 아래 위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지원자들로 꽉 차있었다. 다들 나만큼 합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다대다 면접이었는데, 정말 한 명도 말을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말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들어갔는데, 나보다 먼저 대답하는 사람들이 너무 말을 잘하니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더 생각이 안났던 것 같다. 거기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긴장도 평소보다 더하고, 면접 끝나고나니 내가 이렇게 밖에 못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면접본 회사는 합격하지 않았던게 다행인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불합격 연락을 받고 좌절감이 컸었다. 그 때는 왜 몰랐을까. 면접 결과가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긴 하지만, 떨어진다고 해서 잘못되는게 아니였다는걸. 그걸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아마 그때도 이런 말을 들었겠지만 귀에 안들어왔겠지. 역시 사람은 한 치 앞을 모른다.
그렇게 시즌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때는 주변 친구들도 나와 상황이 비슷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계속 취업 준비를 했었다. 다음이 있으니까.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남들이 들으면 다 알만한 대기업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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